부부,가족

목걸이

송담(松潭) 2019. 1. 8. 23:03

 

목걸이

 

 

 

 

 

 나는 아내의 유품 중에 아주 오래된, 뚜껑이 없는 향수병 목걸이를 하고 다닌다. 어느 날 아파트 산책을 하다가 어린이 놀이터의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아내도 잘 아는 꼬마가 앞에 왔다. 호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주니까,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그 목걸이는 참 오래된 것 같아요.” 한다.

 

 “그래, 돌아가신 할머니가 하시던 것인데, 이제 내가 하고 다닌다.” 할머니하고 같이 다닌다는 마음으로.”

 

 꼬마는 뚜껑 없는 향수병 목걸이를 유심히 보더니,

 

 “할아버지 근데요, 할머니의 모자가 없는데요.”

 

 “그래, 너무 오래돼서 그렇단다.”

 

 “할아버지가 다시 예쁜 모자를 만들어 드리세요, 할머니가 좋아하시게요.”

 

 아니, 향수병 목걸이를 보고 할머니 모자를 상상하는 용호 녀석. 나는 용호 녀석을 가슴에 꼭 껴안고 기뻐서,

 

 “용호야, 고맙다. 할머니가 하늘나라에 올라가셔서도 용호 너를 사랑하고 계실 거야

 

 나는 목멘 소리를 하면서 용호의 등 뒤에 사랑의 눈물을 남겼다. 나는 그날 밤 용호의 말대로 아내의 모자를 준비할 방법을 생각했다.

 

 ‘용호의 말대로 예쁘게 만들어서 쓰고 다니시게 해 드려야겠다.’

 

 그래서 평소같이 내 손을 잡고 다닌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했다. 나보다도 그 어린 꼬마가 더 할머니를 기리는, 그 마음을 생각하면서 아내가 평소에 어린이들을 사랑한 것이 보답으로 돌아오는구나.’하고 생각했다.

 

 아내는 하늘나라에 올라가서도 사랑을 받는 천사 같은 사람.

 나는 산책할 때 아내가 하던 일을 계속하려고 초콜릿을 준비하면서 아내의 영정 앞에서

 

 “여보, 당신이 꼬마들에게 초콜릿 주었던 일을 내가 계속할게. 당신이 두고 간 그 사랑 속에 지내는 것 행복해, 여보.”

 

 이 말을 듣는 아내의 얼굴에 미소가 이는 것 같은 환상이다. 형체 없는 것에서 형체를 보고, 소리 없는 것의 소리를 들으며 영정 앞에 서 있는 고독.

 사랑이 고독의 아픔을 먹고 자란다.

 

 

 김창석 / ‘키움 수필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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