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하기

송담(松潭) 2018. 9. 12. 16:46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하기

 

 

 

 

20162월 국회를 통과한 후 약 2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83월부터 발효된 <웰다잉법>의 정식 명칭은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다. 199712월에 있었던 보라매 병원 사건’, 20095월에 있었던 세브란스 병원의 김 할머니 사건등이 이 법이 탄생하게 된 중요한 배경이다. 두 사건을 간단히 요약해 본다.

 

 ‘보라매 병원 사건의 발단은 이렇게 시작한다. 술에 취해 화장실에 가던 한 남자가 쓰러져 머리를 다친 후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뇌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뒤늦게 나타난 그의 아내는 동의 없이 수술이 이루어졌고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 퇴원하겠다고 요구하였다. 의료진은 퇴원할 상태가 아니라고 만류하였으나 결국 가족의 요청에 퇴원시켰고 얼마 뒤 환자가 사망하였다. 이 일로 담당 의사가 살인 혐의로 기소되어 2004년 대법원에서 살인방조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로 모든 병원에서는 회복이 불가능한 임종기 환자에게도 연명치료를 계속하게 되었다.

 

 ‘김 할머니 사건은 좀 다른 얘기다. 폐암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기관지경경 검사를 받던 김 할머니는 시술 도중 예상치 못했던 출열이 발생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고 호흡이 불안정해지자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다. 한자의 가족들은 환자의 평소 의향대로 연명치료를 종료시켜 달라고 병원에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이 요청을 거부했다. 그 배경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보라매 병원 사건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소송을 거쳐 2009년 대법원이 가족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중단하도록 했다.

 

 그런데 호흡기를 제거하면 빠른 시일 내에 사망하리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김 할머니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스스로 호흡하며 200일 넘게 생존하다가 20101월에 숨을 거뒀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을 내리면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법제화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평소에 인공호흡기 같은 연명의료를 절대 받지 않겠다고 가족들에게 얘기를 해 놓아도 정작 그럴 상황이 되면 본인은 의식이 없고, 가족들은 저마다 의견이 달라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목소리가 큰 가족 구성원의 주장대로 본인의 뜻과는 다르게 중환자실로 옮겨져 원치 않는 연명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설사 본인의 평소 뜻을 존중해 연명의료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하다가도 평소에는 얼굴도 잘 비치지 않던 가족 구성원이 갑자기 나타나 고성을 지르고 다른 가족들을 법적으로 고소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현재 법제화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서는 연명의료 중 네 가지 항목에 대해 본인의 의사를 묻고 있다.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의 사용 여부에 관한 사항이 그것이다.

 

 이 제도의 좋은 점은 의향서를 최초로 작성한 병원이 어디인지와 무관하게 전국 어느 병원에서나 담당 의료진이 의향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곳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홈페이지(https://www.lst 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법제화되기 전에는 의향서를 본인이 썼다는 걸 법적으로 증명해 놓기 위해 공증을 받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따라서 필자의 경우 이 서류를 작성한 서울대학교병원이 아닌 전국 어느 병원에 입원해서 임종을 맞게 되더라도 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본인이 말기 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얘기만 해 놓고 서류는 작성하지 않은 경우에는 가족 두 명의 일관된 진술로도 가능하다. 단 평소에 이런 의향을 전혀 밝히지 않은 경우에는 가족 전원이 합의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필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딸 역시 가까운 기관에 가서 작성했다고 알려와 크게 격려해 주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품위 있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여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을 준비해 나가시기를 권해 드린다.

 

 정현채 /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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