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의 올바른 이해
한 고등학교에서 학기말 시험을 치렀다. 언어영역 시간이었다.
‘우리나라 언어는 어디에 속하는가?’란 문제였다. 맨 앞에 앉아 시험을 치고 있는 반장은 공부를 열심히 했던지라 자신있게 적었다.
‘우랄 알타이어.’
그 뒤에 앉아있던 부반장은 긴가민가한지라 감독 선생님이 한눈을 파는 사이에 반장 답안지를 흘끗 훔쳐보고 적기를
‘부랄 알타이어’라고 적었다. 물론 정확히 잘 못 보고 적은 것이다.
그 뒤에 앉아 있던 줄반장이 정확하지 못한 부반장의 답을 컨닝했다.
‘부랄이 타요’
그 뒤에 앉아 있던 청소반장이 잘못된 줄반장의 답안을 컨닝해 적기를,
‘부랄이 터져요.’
맨 뒤에 앉아 있던 맹구는 앞에 앉아 있는 청소반장의 답안을 보고 고심 끝에 적기를
‘나는 내시예요’라고 적었다나....
발 달리지 않는 말이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다보면 부풀려지거나 사실이 왜곡되기 일쑤다.
아주 옛날 한 신(神)이 화살에 마법을 걸어 사람들의 주위를 날아다니며 그들을 쏘아 죽게 만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그 화살을 나눠줬는데 그 화살을 가진 사람이 화살을 쏘아 상대방을 맞춰 죽이더라도 결국엔 그 화살이 처음 화살을 쏜 사람에게로 되돌아와 그 사람마저도 죽이도록 마법을 걸었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리고 더 이상의 희생자가 될 사람이 없어지자 그 화살은 방향은 그 신에게로 되돌려버렸다. 결국 마법을 걸었던 신마저도 자신이 사람들에게 쏜 화살과 사람들에게 나눠줬던 화살을 피해 다니는데 온 생을 바쳐야 했다.
그 화살의 이름은 바로 ‘험담’이었다.
아무리 근거있는 말일지라도 다른 사람의 단점을 들추는 것은 신사다운 면모라 할 수 없다.
“당신에게만 말하는 비밀인데요....”란 말은
“모든 이에게 말하고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하는 말인데요”란 뜻이다.
비밀스런 말, 자리에 있지도 않는 사람에 대해 험담하는 사람은 언제 당신이 없는 자리에서 당신의 험담을 할지 모를 고약한 사람이다.
한 번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되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라는 것 또한 한 번 내뱉으면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다. 깊은 생각 없이 쉽게 상대방을 판단하고 험담을 하는 것은 상대방을 죽이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죽이는 행위로 돌변한다.
‘험담’이란 활시위는 상대방을 겨누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활을 쏘는 그 사람의 가슴을 겨누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험담’이란 세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첫째, 말하는 사람, 둘째, 험담 당하는 사람, 셋째, 험담을 듣는 사람.
그러기에 남의 험담을 늘어놓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하루는 이런 덕담을 나누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오늘따라 표정이 아주 좋아 보이시는군요!”
“당신을 보니 살맛이 나는군요!”
윤치영 /‘화제’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