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당장 달려와 줄 수 있는

송담(松潭) 2018. 5. 7. 12:37

 

당장 달려와 줄 수 있는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다

 

의리 일러스트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당신에게는 몇 명의 친구가 있습니까?”

 우리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 있게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예전에는 분명 친했지만 어느새 연락이 끊긴 친구들, 매일같이 붙어 다녔는데 오해와 다툼으로 멀어진 친구들, 나는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지 확신이 안 서는 친구들이 떠오른다. 평생 함께하자고 약속했던 친구와 한 달에 한 번 안부를 전하는 것도 힘들어지면 우리가 정말 친한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모든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것이 바로 우정이다. 우정은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아무 의무 없이 가장 자발적으로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이다. 대부분의 만남은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지지만 친구는 단지 좋아서 만난다. 우리는 친구가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라며, 친구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비추어 보면서 같이 성장해 나간다. 그래서 좋은 친구는 지금은 보잘것없어도 남들이 알지 못하는 내 안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고 격려해 주는 사람이다. 내 곁에 있으면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이끄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우정은 영원하지 않다. 보통 어릴 적 동네 친구나 학교 친구들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멀어 진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학교를 졸업 해 각자 다른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으면 만나는 것도 힘들어진다. 직장에서의 업무가 늘어나고 아이들과 부모님 때문에 신경 쓸 일이 늘어나면서 친구와 정서적인 유대를 끈끈하게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인생의 한 시기를 같이 보내며 서로의 성장을 도왔다는 사실만 남을 뿐 현재 서로의 모습에 대해 아는 게 생각보다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인생의 한 부분을 치열하게 공유했던 친구가 있었다면 그것은 행운이다. 그 시절을 같이 추억할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는 말이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아이들이 클 때까지 서로 바빠서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보다 친구 사이를 더 위협하는 것은 시기심이다. 시기심이란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이거나 성공을 거두었을 때 억울하고 화가 나는 마음을 뜻한다. 상대방이 나보다 나아 보이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누구나 시기심을 느낀다. 언젠가 한 환자가 말했다, “선생님, 친구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쌤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잘됐다 싶었거든요. 물론 그 앞에서는 걱정하는 척했지만요. 그런 제가 너무 무서워요.” 영화 세 얼간이>에서도 오죽하면 친구가 꼴찌를 하면 눈물을 흘리고 친구가 일등을 하면 피눈물을 흘린다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겉으로는 다정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친구의 불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니 시기심이 약간 생겼다고 해서 자신을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다만 친구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은 시기심이 친구뿐만 아니라 자신까지 망친다는 것을 알기에 시기심이 폭발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러고 보면 친구에게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언젠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찾아와 하루 종일 누워있을 때였다. 아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데 누군가가 말없이 내 손을 잡아 주었다. 나는 그 손을 꼭 잡고 제발 고통이 멈추기를 기도했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는 고등학교 친구였다. 너무 아파 이대로 삶을 포기해버리고 싶은 날엔 유난히 친구가 더 그리웠다. 그런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이 친구들은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나에게 달려와 주었다. 친구들은 말했다. “혜남아, 네가 어떻게든 우리 곁에 계속 이렇게 있어 주면 돼.” 그들이 있었기에 고통의 세월을 그나마 잘 견딜 수 있었다. 그 친구들에게 미안한 건 내가 그 고마움을 아프고 나서야 뒤늦게 깨달았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친구 숫자는 결코 중요한 게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친구들 중에 내가 힘들 때 기꺼이 달려와 줄 수 있는 친구, 그래서 내 곁에 머물러 줄 친구가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은 아이를 낳고 기른 일이다. 그 다음으로 잘한 일은 그 친구들을 내 친구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의 성공이 별건가. 나는 두 가지나 잘했으니 이미 성공한 인생이다. 그리고 친구들과 나는 세월이 흘러 변해가는 서로의 모습에 감탄하고 존경을 보내며, 같이 재미있게 늙어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김혜남 / ‘당신과 나 사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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