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 아름다운 보금자리 미곡마을
마을 위쪽에 수령 450년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우리 마을은 뒤에는 옥녀봉이, 앞에는 상사호가 펼쳐진 순천 제일의 풍광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마을 위쪽에는 원주민이, 아래쪽에는 외지인이 전원주택을 짓고 살며 총 23가구 40여명이 살고 있다. 순천 시내(청암대)에서 12Km 떨어진 곳으로 상사면사무소, 상사댐을 지나 승주 방면으로 가는 곳이다. 순천시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멀다고 느끼는 이곳은 봄에는 꽃비 휘날리는 아름다운 벚꽃터널을, 여름에는 그늘지고 쾌적한 녹색터널을 지난다. 곧 이어 만추의 단풍 길이 열릴 것이고, 겨울이면 옷 벗은 나뭇가지 사이로 쪽빛 호수가 비치는 길. 사계절 아름다운 길을 매일 드라이브하며 산다는 것은 어찌 호사가 아닌가.
우리 마을은 상사면 면지(面誌)에 따르면
마을이름이 미곡(米谷)인데, 이는 '쌀이 나오는 골짜기'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마을 서북쪽 깊은 산 속에 큰 바위가 하나 있는데 스님이 도술을 부려 그 바위에서 쌀이 나오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이 바위를 쌀바위라 불렀다. 하루는 양이 큰 중이 쌀이 많이 나오도록 쌀이 나오는 구멍을 쑤시었다. 그러나 오히려 쌀이 많이 나오지 않고 쌀이 나오는 구멍이 막혀버렸다. 욕심을 부려 쌀이 나오지 못하게 만든 중을 가리켜 불가사리같은 중이라 해서 쌀바위가 있었던 골짜기를 불가사리골이라고 부른다. 마을이름 미곡도 쌀이 난 골짝이었다는 데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또한 미곡마을은 여순사건과 6.25동란 때에도 마을에서 총칼로 희생된 사람이 없었다. 지금도 범죄가 없는 마을이다.
- ‘상사면의 마을’(순천시상사면지편찬위원회) -
마을 지명을 풀이하면 상사면 도월리 미곡인데 여기서 ‘도월(道月)’은 도인, 신선, 지식인 등의 의미가 있어 ‘신선이 살지만 쌀이 나오는 곳’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맑고 공기 좋은 곳에 살면서도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마을전설에 나오는 불가사리 중처럼 욕심을 부리면 쌀구멍이 막힌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 마을엔 5無가 있다. 범죄 없고, 도둑 없고, 안개 없고, 주민다툼 없고, 구멍가게 없고. 상사호가 있기 때문에 땜 아래쪽처럼 안개가 많이 끼리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마을은 바람길이 골짜기에서 호수쪽을 향하고 있어 안개가 내륙으로 상륙하지 못한다.우리 마을에 안개가 끼면 순천시내에도 안개가 낀다. 상당수의 시골마을이 원주민과 외지에서 들어온 자들 간에 갈등이 있는데 우리 마을은 이웃간 고소고발은 물론 다툼도 없다. 구멍가게가 없어 은퇴자들이 막걸리 한 잔 하면서 적적한 시간을 보낼 장소가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지만 대부분 술을 마시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이곳을 터전으로 삶고 고향을 지키는 원주민들이나 노년을 좀 더 평온하게 살려고 찾아온 외지인들 모두 함께 협조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살아간다면 ‘쌀이 나오는 골짜기 미곡(米谷)’이 ‘아름다운 골짜기 미곡(美谷)’으로 될 것이다.
마을에 집들은 하나하나가 각각의 점(點)을 이루고 있는데 점과 점들이 이어져 선(線)이 되려면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 전원생활도 마을공동체도 이웃과 이웃이 손을 놓아버리면 선이 되지 못하고 점(點)으로 남아 외딴 섬이 된다. 우리는 미곡이라는 아름다운 면(面)에 살고 있고, 그 면(面) 위에 아름다운 선(線)을 그리는 반짝이는 점(點)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소개한다.
중국 남북조 시대의 남사에 보면 송계아 라는 고위 관리가 정년퇴직을 대비하여 자신의 살 집을 보러 다닌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백만금의 가치 밖에 안 되는 집을 천백만금을 지불하고 여승진이라는 사람의 이웃집을 샀다. 그러자 여승진은 송계아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송계아의 대답은 간단했다.
백만매택(百萬買宅)이요, 천만매린(千萬買隣)이라. 백만금은 집값으로 지불 하였고, 천만금은 당신과 이웃이 되는 프리미엄으로 지불한 것이란다. 좋은 이웃과 함께 하려고 집값에 열배를 더 지불한 송계아에게 여승진이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예로부터 좋은 이웃, 좋은 친구와 함께 산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고사다.
순천시 상사면 상사호길 둥지식당에서 미곡마을 주민들이
새로 전입해 온 두 가족을 환영하는 자리.
(2018.1.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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