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과 흥부의 꿈
날씨가 매섭다. 아침 식사를 막 마쳤는데 거실에서 쾅! 소리가 났다. 다가가 보니 새 한 마리가 유리창에 부딪혀 나가떨어진 것이다. 밖에 나가 확인해 보니 데크에서 꼼짝않고 있었다.
자세히 확인해 보니 다리가 부러졌거나 별 다친 데가 없었다. 날씨가 너무 추워 얼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응급구조로 새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마침 새집으로 안성마춤인 소쿠리 하나가 있어 거기에 넣고 신문지로 덮어 바람을 막아주었다.
이렇게 일 단계 조치를 하고 집안으로 들어가 마침 슈퍼에서 사놓은 조(기장쌀)가 있어 조그마한 프라스틱 용기에 담아 비상식량을 준비했다.
먹이를 가지고 새집에 가서 바람막이 신문지를 막 걷어냈는데 이때,
푸드득 소리와 함께 새가 날아가 버렸다. 녀석이 유리창에 부딪힌 후 잠시 정신을 잃고 멍 때리고 있다가 정신이 드니 힘차게 날아간 것이다.
불과 10분 내에 이루어진 응급구조 상황은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의 꿈은 깨세요” 하며 무정하게 사라져버렸다.
나는 “네가 뭘 오해했는가본데 난 그런 의도는 없었단다.”
다만 전원생활을 하다 보니 전원일기를 쓸 소재감이라 여겨 얼른 폰으로 널 포착한 건 사실이다.
덕분에 새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깃털의 색이 아름다웠다.
새들이여! 이 추운 겨울, 잘 살아라!
그리고 혹여 어느 추운 겨울 날, 네가 잠깐 머물렀던 생경한 둥지가 생각나거들랑
거기에 먹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Memento Megi(먹이)!”
(2017.12.27 아침)
'전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 토부다원의 봄 (0) | 2018.04.22 |
---|---|
순천에 아름다운 보금자리 미곡마을 (0) | 2018.01.12 |
순천에 첫눈 (0) | 2017.11.24 |
가을을 전해 주는 이웃 (0) | 2017.10.25 |
견공(犬公)들의 이야기 (0) | 2017.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