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다면 버틸 것
이미지 출처 : 한국경제매거진
회사에서 만나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동기는
일 잘하고 성실하고 친절하다.
단, 상사나 사장이 자신을 소모품 대우하는 건 견디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당히 참으면서 일하지만, 그녀는 사직서를 들이민다.
물론 그녀가 일을 잘하기에 회사는 잡는다.
한번은 사장이 온갖 생색을 내며 성과급 20만 윈을 주고는
막상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자 "다시 뺏어버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내가 듣기에도 그 사장은 진상이었다. 이게 누굴 빙다리 핫바지로 보나.
하지만 나는 친구에게 아무리 그래도 사직서를 내지 말라고 했다.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회사를 다닐 때, 상사가 나에게
채용 공고에 지원한 실제 지원자 숫자를 2배는 부풀리며
“디자이너 지원자 엄청 왔어~ 긴장해”라고 말했다.
네 자리는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으니 알아서 하라는 말.
나는 “그럼 제가 나가드릴 테니, 새로 뽑으세요”라고 말했다.
물론 지금보다 어리고 나를 자를 수 없을 만큼
일을 했기에 가능한 말이었지만, 실상은 나도 그녀와 비슷한 타입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에게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그녀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그만둬야 한다.
밥그릇을 놓고 협박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 외에
비굴함까지 강요하는 상사가 아무리 졸렬하다 해도
겨우 그런 인간들 때문에 삶의 방향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
그 이 유로 그만둔다면 그건 자신의 삶에서
그 사람의 영향력을 높이는 일이다. 그럴 만큼 그 사람은 대단한 존재인가.
물론, 그들을 용서할 필요도 없고 웃어 보일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당신에게 그곳이 필요하다면 버티자.
돈 때문에 일하는 건, 비굴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며
버티는 건 부끄러운 것도 비참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그런 인간들보다 자신의 삶이 소중한 것뿐이다.
김수현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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