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용을 죽여라

송담(松潭) 2014. 1. 21. 21:46

 

용을 죽여라

 

 

 

 

용에게는 수많은 비늘이 있으니,

그 각각에는 너는 할지니라고 적혀 있다.

너는 할지니라고 말하는 용을 죽여라.

그 용을 죽인 사자는

비로소 아이가 된다.

 

 

 이 문장은 니체의 책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이 문장에는 많은 비유와 상징이 숨어 있습니다. 용은 중요한 상징입니다. 동양에서 용은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신령스러운 동물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아직도 자기들이 용의 후손이라고 생각한다더군요. 반면 서양의 용은 그 반대죠. 사람을 잡아먹고 해를 끼치는 악마적 존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용은 사람의 앞길을 가로막는 무시무시한 존재입니다. 니체는 그 용을 죽이라고 합니다. 용에게는 비늘이 있는데 그 비늘에는 너는 이렇게 해야 한다. 저것은 하면 안 된다라는 목소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죠. 선생님, 이웃들, 심지어 친구들까지도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가진 기존의 관념, 선입관 같은 것들입니다. 이것을 죽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갈 길을 갈 수 없게 됩니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에 복종하면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때 자기 삶은 사라지죠.

 

 용은 우리 주변의 목소리들을 상징합니다.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기존 통념과 도덕을 상징합니다. 이런 목소리들은 우리 안에 커다란 두려움을 만들어냅니다. 그들이 하는 말대로 하지 않으면 인생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죠. 그런 점에서 용은 우리 안에 잠재된 추락에 대한,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닿아 있습니다. 그걸 죽이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두려움에 짓눌려 그것을 죽이지 못하면 두려움이 늘 따라다닙니다. 내가 어디를 가든 나를 따라올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할지니를 주문할 겁니다. 결국 나는 두려움 속에 갇히게 됩니다. 소외되고 작아집니다.

   

 이 용을 죽이려면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사자는 용기의 상징입니다. 분노의 상징입니다. 용기 있게 분노하며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사자입니다. 우리는 사자가 되어야 합니다. 사자가 용을 죽이면 이제 아이가 됩니다.

 

 아이는 어떤 관념에도 사로잡혀 있지 않습니다. 좋으면 웃고 슬프면 웁니다. 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입니다. 그리고 아이는 앞으로 무엇인가가 될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또한 그렇죠. 미래는 여러분에게 엄청난 가능성의 공간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용에게 사로잡혀 그 목소리에 주눅이 든다면 그 가능성은 닫히고 맙니다. 남들이 사는 모습을 따라 하는 삶만이 남을 겁니다.

 

 

안상헌 / ‘청춘의 인문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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