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족

갈매기부부의 이혼

송담(松潭) 2014. 1. 20. 08:39

 

 

갈매기부부의 이혼

 

 

 

사람만 이혼하는 것이 아니라 갈매기 부부도 이혼한다고 한다. 이혼의 이유는 새끼를 기르면서 일어나는 갈등이 원인이라고 동물학자는 말한다. 갈매기 부부는 알을 품고 새끼를 기르면서 수컷과 암컷이 서로 번갈아 가며 먹이를 물어 오는 과정에서 불만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생기는 불만은 부부간에 시끄러운 소리로 나타나고 그것이 잘 극복되지 않으면 새끼를 기른 후에 헤어지고 다시 새로운 배필을 구한다는 것이다.

 

갈매기 부부는 번갈아 가며 먹이를 물어 나르기 때문에 그 역할이 절반씩으로 나누어 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컷은 수컷대로 암컷은 암컷대로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 것이므로 그 역할과 노동의 공평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를테면 어느 한 쪽이 몹시 피로하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을 수도 있어서 둥지에 남아서 새끼를 돌보고자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용납하지 않고 무조건 번갈아 먹이를 물어 와야 한다고 주장하면 시끄러운 언쟁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언쟁을 통하여 쌓인 불만은 이혼으로까지 발전하는 모양이다. 갈매기 부부의 이혼율은 3쌍 가운데 1쌍이라고 하니 요즈음 한국의 신혼부부에서 발생하는 이혼율과 근사하다.

 

갈매기 부부와는 달리 코뿔새 부부는 새끼를 기르는 방법이 특이한 것 같다. 나무통에 뚫린 구멍을 둥지로 만들고 새끼를 기르게 될 때는 출입문을 완전히 봉쇄해 버리고 나서 먹이를 넣어 주는 구멍만 조그맣게 남겨두고 수컷은 쉴 새 없이 먹이를 물어다가 새끼와 암컷을 먹여 준다고 한다. 이 때 암컷은 새끼를 보호하며 둥지에서 쉬고 있지만 수컷은 온 식구의 먹이를 혼자서 사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할의 내용을 질적으로 따져 보면 모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수컷의 노동이 과중하게 보인다. 동물의 세계에는 갈매기처럼 공평하게 일을 나누어 하는 부부도 있지만 코뿔새처럼 수컷이 일을 많이 하는 부부도 있다. 그리고 코뿔새 부부와는 반대로 암컷이 일을 많이 하는 동물 부부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신혼부부도 동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남녀가 똑같이 일하거나, 남자가 더 많이 일하거나 또는 여자가 더 많이 일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부가 서로 분담하는 일은 그 경중과 난이(難易)와 효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남자가 밖에 나가서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 오더라도 집 안에서 여자가 아이를 낳고 기르며 가사를 처리하는 일보다 반드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그런데 사람은 왜 백년해로의 맹서를 어기고 이혼하는 것일까. 그것은 정신적 경제적 육체적 측면에서 오는 불만과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는 까닭이라고 할 수 있다. 1950년대에 많이 읽히던 킨제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혼의 중요한 원인으로 성적(性的) 부적합을 지적하는가 싶더니 요즈음은 성격의 차이나 부부 중 한 사람의 부정(不貞)이 지적되기도 한다.

 

신혼부부는 혼례를 올리는 예식장에서 어떠한 경우라도 항시 상대방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진실한 남편(또는 아내)으로서의 도리를 다한다고 서약한다. 이러한 서약의 정신을 실천한다면 부부 사이에는 절대로 불만이나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식 때의 서약은 어디로 갔는지 상대방을 사랑하지도 않고 존중하지도 않으며 진실한 남편의 도리나 아내의 도리를 망각하는 사례가 많고 결과적으로는 갈등과 파경으로 치닫고 철천지원수와 같은 관계로 나아가기도 한다.

 

부부간에 갈등을 자아내는 사람들은 부부간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상대방이나 가족이나 주변에서 당연하게 여기고 기대하는 일을 소홀히 하거나 심지어는 상대방을 괴롭히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 가운데는 상호간에 지켜야 할 정조(貞操)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사례도 포함된다. 특히 남자의 경우는 여자만 모르면 얼마든지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수가 많다. 남자는 여자에 비하여 밖으로 나다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얼마든지 은밀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일을 저지르기 쉽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 여자에게 꼬리를 밟혀서 심한 갈등을 일으키고 여자에게는 커다란 충격이 된다. 이 때 여자는 한 번 속아 주겠다는 각오로 남자를 용서하는 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혼을 청구하게 된다. 그리고 남자가 은밀히 저지르는 행위는 반드시 남자만 저지르는 것이 아니고 여자도 저지르는 수가 있다. 남자가 돈을 벌기 위하여 밖으로 바쁘게 뛰어다니는 틈을 이용하여 여자가 밖으로 돌아다니다가 유혹을 당하고 탈선하는 것이다. 남자는 일일이 여자에게 잔소리하고 간섭하기도 싫고 또 그것이 쩨쩨하게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스스로 절제하고 인내하는 수가 많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여자들 가운데는 건전한 평균인이 갖추어야 할 교양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자기의 분수에 넘치는 행위를 저지르는 수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신혼부부의 이혼이 늘어나고 심지어는 60대의 황혼이혼도 늘어나는 원인은 그 책임이 남자에게 더 많겠지만 여자에게도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자나 여자나 혼례식장에서 서약한 내용을 까맣게 망각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은 마치 고리타분한 못난이의 생각인 것처럼 치부해 버린다. ‘아직도 본처하고 살고 있습니까라고 묻는 말은 아직도 시골뜨기처럼 새로운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느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우에 따라 직업이나 취미를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아내(또는 남편)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정당화하려 한다. 이러한 풍조 속에 우리나라는 이혼하는 부부 밑에서, 다시 말하면 결손가정에서 원만한 인성교육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는 밖으로 버려지는 어린이들이 세계적인 기록을 깨뜨리고 있다.

 

갈매기 부부와 인간들의 신혼부부 사이에는 여러 가지 차별성이 존재한다. 갈매기는 자연계의 동물이지만 신혼부부는 문명을 누리고 사는 정신적 윤리적 사회적 동물이다. 갈매기 부부는 혼인서약이 없지만 신혼부부는 혼인서약이 있다. 갈매기에게는 본능과 현실만이 있지만 신혼부부에게는 이성(理性)과 이상(理想)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매기는 새끼를 기르는 동안에는 이혼하지 않고 인내의 미덕을 발휘하지만 신혼부부는 자식을 기르는 동안에 헤어지고 자식을 함부로 내던지고 만다. 갈매기가 사람의 비정(非情)과 어리석음을 비웃는 시대가 도래하고 만 것이다. ()

 

지 교 헌 / 전 청주교육대학교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출처 : http://blog.daum.net/d424902f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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