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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이 오리지널을 이기는 방법

송담(松潭) 2012. 8. 14. 17:00

 

 

짝퉁이 오리지널을 이기는 방법

 

 

 

 저도 미운 오리새끼 말고,

 백조로 살고 싶어요

 

 전 13녀 중 막내에요. 첫째 언니는 선생님이고, 둘째 언니는 변리사고, 오빠는 세무사에요. 그리고 저는? 지방대를 졸업해서 대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어요. 세 남매는 우아한 백조인데 저만 미운 오리새끼죠. 그러면서도 친구들에겐 언니오빠들의 스펙을 전시하며 저를 내세웁니다. 그럼 아무도 저를 무시하지 못하거든요, 제 생활신조는 어느 누구도 나를 무시할 수 없어. 그럼 반드시 복수하겠다예요.

 

 비록 정규직은 아니지만 남들이 알아주는 대기업도 다니고, 어느 정도 돈을 모으니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문제는 결혼이에요. 20대 때는 연애상대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는 만만한 남자만 골랐는데, 서른이 되니 생각이 달라졌어요. 5년 동안 사귄 오빠와 헤어진 이유도 제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솔직히 언니오빠(그들의 배우자)들과 밸런스가 맞는 괜찮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요. 여기서 결혼마저 뒤처지면 영영 미운오리색끼가 될 것 같거든요.

 

 그런데 제 이별 소식에 언니가 ? 그 정도면 괜찮은데. 네 나이에 새로운 남자 만나기 힘들어라는 거예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자기는 의사랑 결혼해놓고, 여동생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애랑 결혼하라는거야? 친언니 맞아?’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전 제가 나름 괜찮게 성장했다고 생각하는데, 집에서는 여전히 미운오리새끼로만 취급해요. 너무 화가 납니다. 언니나 오빠처럼 부모님 돈 갉아먹으면서(고비용 교육자금) 자란 것도 아니고, 손 안 벌리고 제 힘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왜 저를 인정해주지 않는거죠?

   돈은 모아야 하니 독립할 생각은 없어요. 선생님,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사회적 지위?

 인생의 목표를 리세팅하세요

 

 당신의 사연을 읽고 받은 느낌은 건강하다였습니다. 잘사시네요. ‘어느 누구도 나를 무시할 수 없어. 그럼 반드시 복수할 거야란 말이 파이팅 넘치고 귀엽기까지 해요. 마음에 들어요. 복수는 에너지를 밖으로 분출하는 것 같지만 안으로도 쳐들어와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보이는데, 당신은 건강하게 자라셨네요. 자신감이 생겼다라, 정말 좋아요. 그런 귀여운 복수 에너지는, 어찌 되었건 우리가 속해 있는 자본주의 경쟁시스템(심리학적으로는 문제가 많은 시스템이지만)에서는 뒷심을 일으키는 보조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죠.

 

 형제자매간 경쟁(sibling rivalry)이야말로 인간의 원초적 감정 반응 중 하나예요. 기본적인 생존 반응이 아닐까 싶어요. 동물의 세계를 보면 새끼들의 경쟁이 치열하죠. 부모에게 더 사랑받아야 먹이를 더 많이 공급 받을 수 있고, 그래야 자기방어 기능이 거의 없는 유아기를 무사히 끝내고 튼튼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으니까요. 전 미운 오리새끼님이 일등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복수에 꼭 성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복수 방법은 별로네요. ‘비추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봐야 두 언니와 오빠의 짝퉁밖에 안 될 것 같아요. 짝퉁으로 오리지널을 이길 수는 없잖아요. 두 언니와 오빠는 현재로서는 자본주의 경쟁시스템의 승자들이에요. 교사, 변리사, 세무사, 어느 정도 브랜드 밸류가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직업들이잖아요? 자본주의 속물 시스템에서 최상위 그룹은 아니지만 나름 어깨 펼 수 있는 레벨이죠.

 

 게다가 언니가 의사랑 결혼하셨다고요, 정말 전통적인 만남이군요, 첫째언니인가요, 둘째언니인가요? ‘교사+의사변리사+의사든 모양은 나쁘지 않네요. 당신은 사회적 레벨이 언니들보다 떨어지니 이 두 그룹을 확 누르려면 대기업 회사원으로는 어림도 없고, 의사나 변호사랑 결혼해봐야 당신의 레벨이 낮아 결국 언니 쫓아 사는 짝퉁밖에 안 되겠네요. 웬만한 기업 오너 2,3세 정도가 되면 확 누를 것 같은데, 당신 스펙으로는 만만치 않겠어요. 모든 남자가 정신줄을 놓을 만큼 예쁜 굿 피겨(good figure)'의 소유자라면 모를까, 그렇진 않으시죠? 그렇다면 싸움의 방법을 바꿔야 해요. 현재로서는 백전백패입니다.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테크닉보다 철학이에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에너지와 힘은 철학적 용기에서 나오죠. 인류역사를 봐도 강력한 철학적 확신에 기반을 둔 용기는 총칼의 파워로도 꺾을 수 없음을 수많은 사례로 알 수 있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쓰레기 같은 자본주의 속물 시스템의 미운오리새끼로 살지 마시고, 고고하고 도도한 심리철학 운영 소프트웨어로 갈아타세요. 그래서 언니오빠를 물리치고 진정한 심리적 승자인 우아한 백조가 되세요.

 

 사람들의 저더러 우리나라에서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가장 많이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래요. 자본주의 시스템의 최상위 그룹을 가장 잘 이해하는 심리 전문가인 셈이죠. 덕분에 자본주의의 최종 결과물을 항상 보고 있고, 그 심리적 한계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간파하고 있습니다.

 

 “왜 헤어졌어. 그 정도면 괜찮은데. 네 나이에 새로운 남자 만나기 힘들어라니, 정말 속물적인 말이네요. 속물 랭귀지로 다시 번역하면 동생, 왜 헤어졌어. 너의 사회적 레벨로는 그 정도면 서로 적당한데. 게다가 여자는 결혼 적령기에서 멀어질수록 신선도가 떨어지는데, 넌 이제 더 낮은 레벨의 남자조차 만나기 어려울거야란 의미겠죠.

 

 속물 이데올로기란 자신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세요. 대통령이 앞에 있으면 우리가 깍듯이 인사는 하겠지만 꼭 진심 어린 존경을 보내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것은 개인적인 선택인 것이요. 속물 이데올로기가 아무리 강력하다 한들, 그게 사람 마음 속 감정까지 어찌 할 수는 없어요.

 

 사회적 레벨을 올리기 위해 애쓰는 것 자체는 성실하고 좋아요. 어찌되었건 자본주의 안에선, 그러나 그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 돼요. ‘돈이 삶의 목적이 되면 돈은 오지 않고, 막상 돈을 포기하고 삶 자체의 의미를 찾고자 하니 돈이 따라오더라는 말이 있어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과 함께 서로를 위해주며 건실하게 살 때 자연스럽게 상승되는 사회적 지위는 중독적이지 않고 상쾌하고 근사하죠. 그러나 사회적 레벨 자체를 목적으로 사는 삶은 다른 고귀한 정신적, 심리적 가치를 손상시켜 결국 스스로를 실존적 허무에 빠뜨립니다.

 

 특히 당신처럼 경쟁심리 자체가 동력이 되어 결혼과 같은 중요한 인생의 과제들을 결정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강력한 허무함을 느끼게 되죠. 허무는 곧 행복에 대한 내성을 일으켜요. 내성은 같은 자극에 무디어져 느끼지 못하는 뇌의 심리생물학적 변화거든요. ‘행복에 대한 내성이야말로 우리 현대인들이 겪는 가장 무서운 병이죠. 자본주의 속물 시스템은 더 강한 것!’을 외치면 가장 높은 마약을 끝없이 찾게 만듭니다.

 

 전 당신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자본주의적 레벨은 떨어져도 당신과 당신의 배우자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결혼생활을 한다면, 그것이 최고의 복수예요. ‘사자커플도 단번에 제압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네 감성시스템에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만큼 강력한 갈망은 없거든요.

 

 잘나가는 의사-변리사 커플도 자기네보다 변변치 않은 직업을 가진 커플들이 죽도록 사랑하는 걸 보면 기분이 확 나빠지죠. ‘쟤들 좀 모자란 거 아냐?’라며 속으로 저항심 섞인 욕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 욕은 전부 자격지심에서 나오는거예요.

 

 요즘 모양과 안정성, 그리고 사회적 레벨에 대한 집착으로 병든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당신은 그 병에 걸리면 안 돼요. 결혼은 누구와 하느냐가 90%예요. 정말 사랑이 넘치는 결혼을 하려면 결혼 적령기 따위에 쫓기면 안돼요. 그리고 남자에 대해 연구하셔야 해요. 내가 어떤 남자와 잘 맞는지에 대해. 자본주의적 속물 레벨로만 남자를 보기 시작하면, 감성적 만족을 주는 부분이 보이지 않게 되죠. 여유를 갖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날 때까지 버티면서 그 긴장감을 즐기세요. 오늘부터 인생의 목표를 정말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는 것으로 리세팅하세요.

 

 잘난 언니들을 확 맛 가게 하는 진정한 복수 멘트 하나 알려드릴까요? “동생, 요즘 결혼생활 어때?”란 언니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는거에요.

나 결혼 3년차인데도 매일 섹스해. 너무 행복하고 그 사람과 있으면 그곳이 천국이야.”

이게 가능하냐고요. 200% 가능해요. 파이팅!

 

 

윤대현 / ‘마음 아프지 마중에서

 

 

 

 

사진출처 : 유형민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