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성공의 기준은 아니다
우리는 돈으로 물질세계를 정복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 안드레 밴던브뤼크 -
당신의 자산은 얼마나 되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개 두 가지를 계산한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이다. 우리는 돈으로 명확하게 환산되는 것만을 재산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뿐일까? 세상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인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한다. 알음알이를 통해 얻는 정보나 기회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익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내밀어준 손길 하나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손실에서 나를 구해주기도 한다. 돈이 많지 않다 해도 내가 경제적으로 궁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인들이 많다면, 그것을 자산 목록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반대로 내 소유의 부동산과 현찰은 많지만 믿을 만한 친구가 없다면, 가난한 사람일 수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돈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돈 벌이에 전력투구하는 동안, 우리는 정작 스스로 지니고 있는 능력을 퇴화시켜왔다. 상품에 의존하지 않고 가족끼리 또는 친구들끼리 넉넉하게 채워줄 수 있는 에너지를 망각해왔다. 그 결과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도 지극히 획일화되었다. 결혼 상대를 보는 눈도 그렇다. ‘그 친구, 의사랑 결혼했대’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와, 시집 잘 갔네’라고 반응한다. 그런데 의사가 좋은 신랑감이라는 평가는 돈을 많이 벌어온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리라.
여기에서 우리는 유능함에 대한 정의를 새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그 남자 능력 있어’라고 하면, 대개 돈을 잘 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사람의 능력이 돈벌이뿐인가. 다음과 같은 말이 성립 될 수 있을까. ‘그 남자는 돈을 참 잘 벌어. 그런데 너무 무능해.’ 왠지 어불성설로 들린다. 돈만 잘 벌어오면 됐지 뭘 더 원해? 그러나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이지만 ‘무능한’ 사람들은 참으로 많다. 1년에 수억 원을 벌지만 자녀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집안에 갈등이 생길 때에도 속수무책이다. 부부 사이에도 소통이 ‘꽝’이다. ‘정서적인 무능함’이라는 표현을 붙여볼 수 있겠다.
인생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거기에서 돈은 어떻게 맞물리는가. 디팩 초프라는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풀어낸다. “성공에는 여러 측면들이 있다. 예컨대 물질적인 부는 성공의 한 요소에 불과하며, 성공은 최종 종착지가 아니라 하나의 여정일 뿐이다. 건강과 활력, 삶에 대한 열정, 만족스러운 인간관계, 창조적인 자유, 정서적 심리적 안정, 넉넉하고 평화로운 마음...... 이 모두가 성공에 포함된다.”
김찬호 / ‘돈의 인문학’중에서 발췌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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