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인간,
그래서 더 빛나는‥
마틴 루터 킹 (마셜 프래디 지음,정초능 옮김)서평
26살에 그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35살에 그는 흑인 최초로, 그리고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로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됐다. 39살에 그는 도시 한복판에서 밀림 속 유격대원처럼 총탄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너무 이른 나이였지만, 老선지자 같은 그의 풍모에 비추어보면 이를 것도 없는 나이였다. 죽어서 그는 거의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미국 흑인 민권운동의 지도자이자 비폭력 저항운동의 대명사인 마틴 루터 킹(1929~1968) 목사는 압축적인 인생, 드라마틱한 활동, 비극적인 최후라는 온갖 극적 요소를 다 갖춘, 위인전의 가장 적합한 주인공이다. 게다가 그는 평생 억압받는 자들의 편에 서서 비폭력,불복종이라는 허약한 전술로 인종차별주의라는 거대한 악을 제압한 승리자였다. 그의 무기는 오직 말이었다. 1963년 25만명이 운집한 워싱턴 광장 집회에서 참가자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생중계를 지켜본 온 미국인의 뇌수를 뒤흔들었던 장대한 웅변은 그의 말이 지닌 힘을 보여주었던 수많은 사례의 한 선명한 정점이었다. 이력으로 보건대 그는 위인 가운데서도 영광과 위엄의 후광을 쓴 특별한 위인으로 추앙받을 만한 인물이다. (중략......)
비폭력 저항운동 대명사 마틴 루터 킹 목사
경배의 초상이 아닌 내면 갈등,투쟁 헤집어
이 전기가 조심스럽게, 그러나 예리하게 절개해 보이는 것은 이 인자하고 근엄한 목자의 뒷모습, 그의 사생활이다. 살아 활동하던 시절부터 연방수사국(FBI) 기밀서류를 빠져나와 풍문으로 번지던 그의 방종과 일탈의 실상을 지은이는 킹의 내적 갈등과 투쟁의 한 형식으로 보여준다.
분명한 것은 낮의 지킬 박사가 밤의 하이드씨였다는 사실이다. 공적인 배역이 가하는 중압감에 짓눌릴 때마다
그는 리비도가 분출하는 야성의 디오니소스
제전에 몸을 맡겼다.
그런 이중성이 그를 더욱 죄의식으로 몰아갔다. 그는 때때로 자신의 설교에서 은연중에 이 내적 갈등과 투쟁을 드러냈다.
"우리 각자에게는 두 자아가 있습니다.
자나 깨나 고귀한 자아가 패권을 쥐고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에서 짊어지고 가야 할 벅찬 책무입니다.
부디 비천한 자아가 득세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이 어쩌지 못하는 두 자아의 싸움을 외부로 투사한 것이 이를테면, 인종차별 철폐 투쟁이었다고 이 책은 암시한다. 그가 비폭력을 투쟁의 원칙으로 삼고 흑백의 화해를 목표로 삼았던 것도 자아의 한쪽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 바에야 그 두 자아로 뒤엉킨 자기 자신을 통째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킹은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을 감당치 못하는 데 대한 죄의식, 그리고 내면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매번 관능의 유혹에 굴복하는 데 대한 죄의식을 씻을 유일한 방도로 죽음을 생각했다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1968년 멤피스의 한 호텔 발코니에서 난데없는 흉탄에 쓰러졌을 때 아무런 회한도 미련도 없는 온화한 표정을 지었던 것에서 죽음에 대한 그의 갈망의 정도를 읽을 수 있다.
마틴 루터 킹은
수많은 인간적 약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 약점 때문에
오히려 더 위대한 인물이었다는 것이
이 전기의 최종적 결론이다.
고명섭 기자 / 2004.6.5(토) 한겨레신문
<주>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영국 작가 R.L.B. 스티븐슨의 중편소설. 1886년 작품이다.
고명(高名)한 지킬박사는 도덕심이 없는 흉악한 인간 하이드로 변신할 수 있는 약을 발명한다. 본래부터 선과 악의 2가지 성질이 한 인간에게 공존하는 것이 불행이라고 생각한 박사는 그 한쪽만을 끌어내어 여기에 육체를 부여한 것이다.
그가 하이드씨가 되어 있는 동안은 도덕의식에서 벗어나 완전한 해방감을 맛본다. 그러나 이런 짓을 거듭하는 사이에 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하이드의 모습을 늘 가지게 됨으로써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마친다.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로서 당시 사회에 충격을 주었으며,
모든 계층으로부터 규탄을 받았으나, 인간의 이중성(二重性)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grotesque[groutsk] 그로테스크풍의 (인간동물식물의 공상적인 형상을 결합시킨 장식의)) 괴상한, 괴기한; 우스꽝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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