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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 대비가 필요하다

송담(松潭) 2010. 12. 16. 17:08

 

식량안보 대비가 필요하다

 

 

요즘 핵이니 미사일이니 포탄이니 해서 연일 시끄럽다. 이럴 때 내 밥을 잘 챙겨 먹는 것이 안보보다 더 중요하다고 얘기한다면 이상하게 취급받을까? 전쟁이 일어나면 총탄이나 포탄 때문에 죽는 사람보다 굶주려서 죽거나 영양실조로 인한 면역결핍 등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 배불리 잘 먹고 음식이 남아도는 요즘 웬 밥타령이냐고?

 

우리나라 식량 수급 상황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연평균 생산량은 약 600t으로 총소비량인 약 2000t을 크게 밑돌고 있다. 식량 자급률은 28%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과 더불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쌀과 감자 등은 자급을 유지하고 있으나 밀과 옥수수는 거의 전량, 콩은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작물 생산 및 교역 동향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취약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벼 재배 면적마저 크게 줄어들고 있어 주식인 쌀의 자급도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다. 육류 소비의 빠른 증가로 곡물 수입량이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보면, 200060억명을 돌파한 세계 인구는 심각한 비균형적 식량 분배로 2010년 현재 68억명의 인구 중에서 12%82600만명이 절대기아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개발도상국의 폭발적 인구 증가로 세계 인구는 2020년에는 90, 2050110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상황으로 미루어 식량과 사료의 수요는 현재의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주요 곡물 총생산량은 연평균 2.16%로 꾸준히 증가하여 왔으나 최근 15년간 곡물 생산 증가율이 0.9%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인구 증가율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이 0.74도 상승하였고, 2100년에는 최대 6.4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우리나라도 지난 100년간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하여 국제 통계에 비하여 변화의 폭이 2배에 이른다. 강우량도 최근 10년간 평년 대비 10% 증가하였고 호우일수도 늘어 기후변화가 심화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이나 각종 개발로 경작지가 점차 줄고 있다. 현재의 농지 감소세가 지속되면 2020년에는 농지 규모가 지금보다 약 10%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처럼 기후변화, 인구 증가, 경작지 감소뿐만 아니라 최근의 바이오에너지 생산은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경작지의 확대는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닥칠 곡물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유일한 기술적 돌파구는 단위면적당 생산성을 증진하는 것이다. 이미 종자전쟁으로까지 표현되는 신품종 개발은 세계적인 추세로서 선진 각국에서는 연구가 한창이다.

 

즉 이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큰 명제와 식량안보 확보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불안정한 국제시장 여건에서 우리나라 식량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고품질의 다수확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식물 육종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미사일이나 포탄보다 내 밥 세 끼가 중요하고, 내 밥을 잘 챙기는 것이 곧 안보라는 개념이 성립하는 시점이 되었다. 전시뿐 아니라 평시에도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미리 대비하는 것이 새로운 의미의 십만양병이며, 앞날을 내다보고 걱정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유념하여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는 선진국의 식량 자급률이 미국 172%, 오스트레일리아 416%, 그리고 이 두 나라에 비해 경작지가 크지 않은 캐나다 147%, 영국 113%와 덴마크 136%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큰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신정섭 /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교수

(2010.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