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글

우주와 생명

송담(松潭) 2009. 11. 3. 19:33

 

우주와 생명



 생명체는 자신의 몸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물질을 필요로 한다. 이와 관련하여 과학자들은 생명체들의 몸을 구성하는데 탄소가 가장 필수적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이 우주의 생명체의 물질적 특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탄소에 기반한 생명’이라고 부른다.


  빅뱅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는 지금으로부터 약 150억 년 전, 어느 한 순간에 거대한 시공간의 폭발로 시작되었으며 우리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약 50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초신성이 폭발한 잔해인 성운 속에서 가스 구름이 뭉쳐져 태양이 탄생되었다. 이 가스 구름 속에는 먼 훗날에 생명체의 몸의 재료가 될 수 있는 탄소나 질소, 산소 등의 무거운 원소들이 포함되어 있다가 지구를 형성함으로써 생명, 그리고 우리 자신이 태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우주 탄생 초기에 물질의 대부분은 수소와 헬륨뿐이었다. 그렇다면 탄소와 산소, 질소, 철 같은 무거운 원소들(수소나 헬륨에 비해 수십 배의 질량을 갖기에 ‘무거운 원소’라 말한다.)의 존재가 생명체 탄생의 필수적인 조건인데 이들은 어디서 왔는가? 이 원소들은 모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즉 생명체의 재료가 되는 물질들이 탄생한 곳은 태양과 같은 별들의 내부이다. 태양보다 질량이 아주 무거운 별들이 일생을 마치고 죽어갈 때 마지막 단계에서 큰 폭발을 하게 되는데 이를 일러 초신성이라 한다. 이 원소들은 초신성이 마지막 생애를 마칠 때 그 별의 내부에서 무시무시한 압력으로 인한 핵융합 반응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은 저 광대한 우주 공간에서 찬연히 빛나고 있는 별들에게서 온 것이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물질들의 고향은 별인 셈이다. 우리가 별을 바라볼 때 알 수 없는 아련한 감상에 젖어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캠브리지 대학의 물리학자로서 뛰어난 업적으로 석좌교수직에 오른 뒤 50세에 신학교 문을 두드려 영국 성공학회의 사제가 된 존 폴킹혼은 인류원리를 통해 제시된 여러 가지 자료들을 해석함에 있어 이 우주의 배후에 어떤 신성한 목적이 존재하리라고 추론하는 것이 무신론 보다 더 지적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그는 초신성이 생명의 재료를 몸 안에서 생성해 내었다가 거대한 폭발로 자신은 죽으면서 우주 공간으로 그 재료들을 흩뿌려 놓아 장차 태어날 생명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적하면서 죽음을 통한 생명의 십자가적 패턴은 생물체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적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나는 이와 같은 별들의 생성-사멸의 메커니즘은 여성신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자신의 자궁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여 자신의 몸을 나누어주고 결국 세상으로 내보내어 우주의 생명을 잇게 하는 여성의 출산 과정은 빅뱅 이후 우주 공간 속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별(초신성)을 통한 생명 탄생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여성의 생명 잉태와 출산은 범우주적인 생명작업이다.


김기석 / ‘종의 기원 vs 신의 기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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