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글

고향산천에 고추잠자리

송담(松潭) 2008. 9. 17. 14:17

 

 

고향산천에 고추잠자리

산들산들 날아오르고





한가위라 명절날 고향 산천에

고추잠자리 산들산들 날아오르고

바람결도 소소소 간지럼피운다

햇살은 무르익어 대추 볼 볼그족족해가고

징검다리 노둣돌 감싸 흐르는

강물도 한결 더 빤질빤잘 빛난다

오랜만에 찾아뵙는 부모님

오매 내 새끼야 목소리 들뜨고

온 가족 한 자리에 모여

오순도순 피우는 이야기꽃

그 향기에 초저녁 별들이 취한다

달 떠 온다 달 떠 온다

휘영청 한가위 달 떠 온다

가자 가자 달마중 가자

계수나무 아래 방아 찧는

옥토끼도 보러 가자

태워라 태워라 달집을 태워라

높이 높이 타오르는 불길 따라

우리네 액운도 모두 타올라라

징을 울려라 깽맹이 쳐라

어루얼싸 어깨춤도 흥겨울시고

온 마을이 너울너울 출렁인다

중추야 둥근 달처럼

어화 둥둥 온 가족 얼굴마다

밝고 환한 그 웃음소리에

우주가 여울처럼 물보라를 일으킨다

그려, 그려

세상사 고달프고 힘들지라도

슬픔은 슬픔의 어깨 위에 기대어

신도주 한 잔 술에 녹고

한 삶이 비록 눈물겨울지라도

기쁨은 기쁨의 가슴에 안겨

따뜻하고 아늑한 꿈에 젖느니

어화 둥둥 중추야 둥근 달처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세상을 위해

오직 오늘만 같아라

한가위라 명절날 고향 산천에

드높은 하늘은 더욱 드높고

풀꽃은 풀꽃끼리 어우러져 눈이 시린데

온 가족 함께 모여 행복한 시간은

욜그랑살그랑 물안개에 젖는다


허형만 / 시인, 목포대 교수

(2008.9.12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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