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저 하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람과 똑같은 생물들이 있을까 등 무한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하는 우주. 그 때문에 맑고 청명한 여름날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우주비행사나 천문학자를 꿈꾸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천문학자를 꿈꾸는 이들이 바이블처럼 생각하는 책이 있으니, 바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영국의 유력 일간지인 `더타임스`에서 `세상을 움직인 책 100권`에 선정됐던 이 책은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과학책이자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우주탐험의 희망을 심어 준 교양과학서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80년에 초판이 발행된 이후 영어판만 600만부가 팔리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70주 연속 이름을 올린 것만 보더라도 그 명성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절판됐다가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지난해 다시 발간되면서 과학도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고, 올 상반기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코스모스는 혼란이라는 단어의 `카오스`와 대응되는 우주의 질서를 의미하는 그리스어다.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안에 나름의 규칙으로 배열된 광활한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지구는 `부서질 듯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다.
천문학은 인간이 두 발로 땅을 걷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래서 천문학은 철학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학문으로 꼽히고 있다.
천문학은 초기에는 점성술(또는 점성학)이라고 불리며 해와 달, 별들의 움직임을 보며 사람들의 운명을 점쳤다. 그러나 이렇게 비과학적인 모습만 보인 것은 아니었다. 정착생활과 농업이 시작되면서 기후 변화와 강의 범람 시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고대 이집트 시절에 이미 1년이 365와 4분의 1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을 봐도 천문학은 이미 학문으로써 틀을 잡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농업과 항해 등 실용적인 필요성에서 생긴 인간적인 학문이 바로 천문학이었다.
그러나 르네상스와 과학혁명기를 지나며 코페르니쿠스, 튀코 브라헤, 케플러, 갈릴레이, 뉴턴 등 천재 과학자들이 `과학`이라는 언어로 하늘을 읽고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천문학자들의 범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17세기 망원경 발명과 함께 프랑스와 영국에 각각 파리천문대, 그리니치천문대 등 큰 천문대가 창설되면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됐다.
현대과학의 기초라고 하는 물리학의 모체도 천문학이다. 친근한 별자리 이름들이 복잡한 수치와 방정식으로 변하면서 천문학은 먼 나라 이야기가 돼 버렸다. 이렇게 먼 나라 이야기인 우주를 일반인들의 품에 다시 되돌려 놓은 것이 세이건 박사의 `코스모스`다.
코스모스는 우주의 탄생, 은하계의 진화, 태양의 삶과 죽음, 우주를 떠돌던 먼지가 생명체로 탄생하는 과정, 외계 생명체 존재 문제 등을 다양한 사진과 우아한 글솜씨로 독자들이 TV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세이건 박사는 대우주를 알아가는 과정은 인류가, 지구가, 그리고 태양이 코스모스의 중심이 아닌 변방임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이건 박사는 "전 우주에 생명체가 지구밖에 없다면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라는 말을 하며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우주의 크기와 나이, 행성이 만들어질 확률, 생명체 진화 확률 등을 따져보면 외계 지적 생명체는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파망원경으로 외계에서 오는 전파신호를 수신함으로써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사하는 프로젝트인 SETI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세이건 박사는 책의 마지막 장인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줄까?`에서 외계 문명이 있다면 우리 모습을 보고 뭐라고 생각하겠느냐고 질문 아닌 질문을 던진다.
지구를 수백 번도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갖고,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 전쟁을 하고, 사소한 일로 아웅다웅 싸우고…. 전 우주적 차원의 평화주의자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코스모스는 과학책임에도 곳곳에 시적인 언어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불교의 `선`과 같은 대표적인 구절 하나.
"당신과의 만남은 신의 축복이다.
수십 억, 수백 년의 우주시간 속에 바로 지금,
그리고 무한한 우주 속의 같은 은하계, 같은 태양계,
같은 행성, 같은 나라, 그리고 같은 장소에서
당신을 만난 것은 1조에 1조배를 곱하고
다시 10억을 곱한 확률보다 작은 우연이기 때문이다."
유용하 기자 / 2007.6.20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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