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야 하는 이유
문정희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세상의 강물을 나눠 마시고
세상의 채소를 나누어 먹고
똑같은 해와 달 아래
똑같은 주름을 만들고 산다는 것이라네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세상의 강가에서 똑같이
시간의 돌맹이를 던지며 운다는 것이라네
바람에 나뒹굴다가
서로 누군지 모르는
나뭇잎이나 쇠똥구리 같은 것으로
똑같이 흩어지는 것이라네.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시 낭송이 직업이기도 한 내게 문정희 시인은 요주의 인물이다. 단 몇 줄의 시어로 가슴을 흔들고 눈시울을 뜨겁게 해 나의 일을 방해한다. 이 시도 그랬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울리는 대목은 아래의 두 행이다. 세상의 강가에서 똑같이 시간의 돌멩이를 던지며 운다는 것이라네 나는 이 대목에 오면 온몸이 찌릿찌릿하다. 결국 “나뭇잎이나 쇠똥구리 같은 것으로” 구르다가 흩어지고 말면 우리 인생이 너무 허무할까? 하지만 나이를 먹어보니 인생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만 같다. 젊은 시절, 만나고 눈물짓고 헤어지고 하는 걸 사랑이라 여겼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정말 사랑이었나 싶다. 그때 과연 내가 사랑을 한 것인가. 혹은 내가 사랑을 받은 것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사랑’이란 이 두 글자를 설명하기가 왜 이토록 어려운 것인지. 하지만 내가 아직 여기에 있으니, 시로, 연극으로 구르고 위로하며 살리라. 박정자 / 배우 1962년 연극 <페드라>로 데뷔했으며 일흔이 넘은 지금도 무대를 지키고 있다. 묵직한 울림 있는 목소리, 카르스마 넘치는 존재감으로 한국 현대연극 무대를 이끌어왔다. 현재 한국 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있다. 정재숙엮음 / ‘나를 흔든 시 한 줄’중에서
사진출처 ; 유형민 갤러리 : http://www.mds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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