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족

왜 우리는 이혼을 하는가

송담(松潭) 2007. 10. 26. 11:57
 

 

왜 우리는 이혼을 하는가



 최근 국내외로 여러 커플들의 이혼 관련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왜 이혼하는가? 우리는 좀더 행복하기 위해 결혼한다. 그리고 좀더 행복하기 위해 이혼한다. 결혼식장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신랑 신부들에게 왜 결혼하는지 물어보면, “바로 그 사람과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답이 가장 많다. 그런가 하면, 이혼하는 사람들 또한 서로의 행복을 위해서 이혼을 결심했다고 대답한다.


 행복한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되는지, 결혼을 하면 행복해지는지는 명확치 않지만 결혼을 전후한 시기에 행복감이 커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15년간 독일의 성인 2만4천명을 대상으로 한 긍정심리학 연구에서, 사람들은 결혼 직후 이전보다 더 행복하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결혼을 통한 행복은 영원한 것은 아니다. 결혼으로 인한 행복감이나 관계에 대한 만족감은 결혼 후 대략 4년이 지나면 결혼 이전 수준으로 서서히 떨어진다. 이러한 경향은 문화보편적이다. 인류학자 헬렌 피셔가 유엔의 인구연감과 59개 문화권을 대상으로 40여년간의 이혼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혼을 하는 부부는 결혼 후 4년이 될 무렵 아이를 하나 둔 상태에서 헤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자녀 양육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부부가 감당해야 할 일은 자녀 양육만이 아니다. 일상의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한 해결과 결혼 후 변화하는 역할에 대한 적응 또한 필요하다. 엘렌 버셰이드라는 심리학자에 따르면 신혼 초기의 열정과 사랑만을 부부관계의 핵심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결혼 과정에도 더 격렬하게 다투는 경향이 있으며 결국 환멸을 느끼거나 이혼하기 쉽다고 한다.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서로의 사랑과 열정으로 결혼하였건만, 막상 결혼 후에는 기대만큼 행복하지 않거나 결국 이혼으로 종결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결혼을 결정했던 초기, 사랑의 설렘과 흥분은 어느덧 사라지기 마련이고 일상에서 상대의 단점은 두드러지고 둘 간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상대에 대한 지나친 열정과 집착, 그로 인한 기대는 결국 서로를 실망시키고 지치게 만든다. 이는 열정적인 사랑의 경험을 중시하는 서구 사회에 해당하는 것이기는 하나 우리 사회도 점차 비슷한 성향을 띄어가는 것 같다.


168쌍의 신혼부부를 13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에서는 참여자의 33%가 이혼했는데 결혼 초 관계의 특성에 따라 이혼 시기가 달랐다. 결혼 초기 둘 간의 사랑이 깊지 않았던 부부들은 2년 이내에, 열정적 사랑에 빠져서 행복감과 상대에 대한 애정 표현을 유난히 강하게 표현했던 부부 중 일부는 7년 만에 이혼하였다. 13년 이상 행복한 결혼을 유지한 부부와 비교해 볼 때 7년 만에 이혼한 부부들은 결혼 초 극도의 열정과 애정의 감정이 유지되기만을 기대할 뿐 현실적인 타협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열정적 사랑의 감정이 가라앉으면 상대의 결함은 마치 거실에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옷가지처럼 쉽게 눈에 띄게 된다. 이때부터는 이런 일상을 어떻게 영위하는지가 부부관계에서 중요해진다.


 일상에는 밝고 행복한 측면만큼이나 어둡고 부정적 측면도 있다. 부정적 측면은 해결이 요구되므로 긍정적 측면보다 훨씬 더 눈에 잘 띄고 더 중대하고 심각하게 여겨진다. 반면 긍정적 측면은 해결책이나 주의를 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칫 지나치기 쉽다.


단점에 파묻혀서 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분명히 존재하는 그 사람과 내 결혼생활의 긍정적인 부분을 볼 수 있는 현명함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더 깊고 성숙된 사랑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초기의 열정이 식는다고 해서 결코 사랑이 식는 것은 아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2007.10.26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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