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넘는다는 것은 / 전동균
마흔을 넘는다는 것은
찬 바람 속에 풍경 하나 매달고
온종일 그 소리를
혼자 듣는 일
풍경속에 잠든 수많은 소리를 모셔와, 모셔와
그중 외롭고 서러운 것에게는
술도 한잔 건네는 일
더러는 숨을 멈추며
싸락눈처럼 젖어드는 고요에
아프게, 아프게 금이 가는 가슴 한쪽을
오랫동안 쓸어주는 일
그 끝에 반짝이는
검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일
마흔을 불혹(不惑)이라고 한다.
욕망과 꿈의 정점에서 이제는 내려오는 나이라는 뜻이다.
내려온다는 건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시는 바로 그 내려오는 미학을 아주 기막히게 묘사하고 있다. 그렇다. 청년을 지나 중년이 된다는 것은 외롭고 서러운 것들에게 술 한 잔 건네는 따스함의 가치를 아는 것이다.
허연 기자 /시인
(2008.3.10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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